나정숙 안산시 시의원

1990년대 쿠바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10년 동안의 경제 붕괴에 직면했다.

소련의 붕괴와 1959년 혁명 이후 미국의 경제봉쇄 강화에 따라 비상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위기를 맞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 시민들이 선택한 비상수단은 바로 도시를 경작하는 것이었다.

농약이나 비료도 없이 맨손으로 시작한 도시농업은 10년을 지나자 한 명의 아사자도 내지 않고 220만 명이 넘는 도시가 채소를 완전히 자급하는 도시로 발전하였다.

석유가 부족해서 움직이지 않았던 차 대신에 자전거가 다니고, 수입할 수 없게 된 의약품을 대신해서 도시의 채소농장에서 허브가 자라고 있으며, 태양전지와 바이오가스 같은 자연 에너지가 시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있다.

안산의 도시주변에서는 주말이면 곳곳에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모습을 종종보곤 한다.

2012년 안산시는 주말농장 3곳을 지정하여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안산은 인근 타 도시보다는 개발되지 않은 빈터가 아직 남아 있다.

빈터나 자투리 땅을 이용해서 도시농업이 활성화 된다면 쿠바의 아바나 정도는 안 되겠지만 채소, 화훼 등은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소일삼아 재미로 할 수도 있지만 직접 재배하여 건강한 먹거리를 마련하는 도시농업의 기본이 되고 정서적, 생태적,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서울시 같은 경우는 2012년에 ‘도시농업의 원년’을 선포하여 대대적인 도시농업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강동구 같은 경우는 1주민 당 1구좌의 텃밭을 조성하여 도시생태농업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필자는 2012년 6월 안산시의회 정례회를 앞두고 1년 동안 토론회, 간담회를 거쳐’도시생태농업 지원을 위한 조례’ 발의를 준비하였다.

도시농업을 유기농법으로 진행하는 ‘도시생태농업’에 대한 어려움과 한계에 대해 집행부의 의견이 접수되었다.

‘도시생태농업’이 아닌 ‘도시농업’조례로 수정해 달라는 강력한 주문이다.

도시생태농업은 텃밭농사를 하는데 있어 생산성보다는 건강한 채소의 성장을 우선시 한다.

그래서 무 농약, 화학비료, 무 비닐, 자가 거름 등의 까다로운 방식을 고집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시민의 건강성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조례 발의를 앞두고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의 외침이 있다.

텃밭 가꾸는 데 너무 까다롭게 하는 것 아니냐!! 현실을 감안해서 제도를 만들어라!! 등등

시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도시 텃밭이다.

농장에서 잘 자란 채소들이 건강한 먹거리로 시민의 식탁으로 갈 수 있는 비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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