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갑수 안산시의회 의원

국가의 법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가차원의 법령은 획일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을 반영할 수가 없다. 그런데 조례는 중앙정부의 법령이 다루지 못하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국가의 일에 시민들이 참여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방자치 지역에서의 시민참여는 상대적으로 쉽다. 즉, 조례는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못한 사항들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일은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기 때문에 조례가 바뀌면 시민들의 생활이 바뀌게 된다. 보육조례가 바뀌면 보육시설의 운영이 투명해질 수 있고, 청소년 관련 조례가 바뀌면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 조례가 만들어지는 경로는 첫째, 지방자치단체장이 발의하는 경우로서, 대부분의 조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지방의원들이 발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셋째, 지방자치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례제정 또는 개폐청구권을 행사해 주민발의(시민발의)를 하는 것이다. 이중 의원발의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1/5이상 또는 10인 이상 의원의 연서가 있어야 한다. 또한 지방의회 내에 위원회를 둔 경우에는 위원회가 그 소관사항에 관해 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 대신 이러한 발의요건은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소수정당의 지방의회 내 활동에 있어서 현실적인 제약요인이 된다. 재적의원 1/5이상 또는 10인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상정하고 싶은 의안이 있어도 의안 상정 자체를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권은 ‘법령의 범위 안’이라는 한계와 조례가 다룰 수 있는 대상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행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권의 범위와 한계 문제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헌법의 규정을 구체화한 지방자치법 제15조도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지방의회를 통과한 조례가 이 조항에 위반해 무효인지 여부에 대한 법적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불합리한 조례의 무효처리는 조례 조항 중에서 단 한 개만 상위법령 위반이라고 해서 무효가 되면 조례 전체가 무효가 되고 만다.

그러다보니 지방의회가 조례를 만들기가 참 어렵게 되어 있다. 이런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지방의회가 주민들을 위한 조례를 만드는데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례를 만들 때, 일일이 법률이나 시행령, 시행규칙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중앙정부의 법률과 비교해 보아도 불합리하다.

법률의 경우에는 어떤 법률조항이 헌법위반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무효결정을 받아도, 그 조항만 무효가 되고 나머지 조항들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조항만 무효이면 전체 조례 제ㆍ개정안이 무효로 되는 현재의 제도를 개선해, 일부 조항이 무효라면 해당 조항만 효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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