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오동 청해수산 김영배 대표

오후 4시쯤 한참 영업 준비로 분주한 본오동 청해수산의 김영배(46) 대표를 만났다. 그가 운영하는 횟집에서였다.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맞아주는 김 대표의 서글서글함이 인터뷰의 부담감을 상당 부분 감쇠시켰다.
“제 얘기, 신문에 올리지 않으면 안 됩니까?”, “제가 하는 일이 신문에 실릴 정도의 일도 아닌데...”라며 자리에 앉은 뒤에도 연신 쑥스러워 하며 인터뷰를 사양하려 했다.
“좋은 일은 널리 알려야 귀감이 되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설득을 한 뒤에야 어렵게 인터뷰가 시작됐다.
김 대표는 매년 꼭 한 번씩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95년에 처음 시작한 뒤로 올해로 여섯 번째다. 그는 해마다 5월 6일이면 자신의 가게 앞에 천막을 쳐 200석 정도의 자리를 마련하고  5~6백 명의 동네 어르신들을 초대한다.
“따뜻한 밥 한 끼에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죠.”라며 행사의 기쁨을 설명하는 김 대표는 행사를 시작하기 약 3일 전부터는 장보기, 음식장만 등 준비로 바쁘다. 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예산 마련도 남다르다. 그는 단 하루의 행사를 위해 1년 365일 돈을 모은다. 매일같이 하루 1~2만원씩 차곡차곡 모은다고 하니 이 행사에 대한 그의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한 달에 1~2만원하는 경로당 회비조차 없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주변의 외롭고 쓸쓸한 어르신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그분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결심하던 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실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런 봉사를 하게 된 배경으로 “평소 호형호제하며 각별히 두텁게 지내던 지인 대여섯 분들과 뜻을 합쳐 어르신들께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봉사를 시작했다.”고 소개한다. 그는 “이런 작은 행사 하나도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이 일을 혼자하면 벅찰 수도 있지만 주변의 형님 동생들이 실어주는 힘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선행을 들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주변의 도움에 감사해하는 그의 마음의 표현이다.
김영배 대표가 본오2동에 이사를 온지는 20년 정도 됐고, 현재의 자리에 간판을 걸고 장사를 시작한지는 10년 정도 됐다. 그는 “이 곳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 지역주민들 덕분입니다. 비록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분들 덕분에 이만큼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돌려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라며 지역주민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빼먹지 않고 표현했다.
그는 지역 어르신들이 음료수 한 병 사들고 와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며 “우리 아들도 당신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라며 칭찬해주셨을 때 가장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사례들이 김 대표로 하여금 봉사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인 듯하다.
“주변에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에게 행복한 날이 일 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늘어났으면 한다.”는 그의 소박한 바람과, 이곳에 다녀간 어르신들의 “김 대표의 깊고 따뜻한 마음이 정말 고맙다”는 감사의 마음이 함께 어울러져 보다 아름다운 지역 사회를 이루어 간다는 믿음을 갖는다.
“들어내지 않고  더 많이, 더 열심히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 분들에게 무척 죄송스럽다.”며 가을날 황금 들녘의 잘 익은 벼이삭 마냥 자신을 한 없이 낮추는 김 대표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인터뷰가 그의 순수성에 먹칠을 하는 것은 아닌지 되레 조심스럽다.
식당 입구에 ‘본오동의 명소’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이 곳에서 즐겁게 식사를 마치신 어르신들께는 이곳이 바로 ‘삶의 명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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