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요일 오전 상록수역 교각 하부에 마련된 ‘늘 푸른 광장’을 방문했다. 무료급식 봉사를 준비하고 있던 천사릴레이 101번째 주인공도 다시 만났고 그 인연을 이어준 안산시자원봉사센터 팀장과도 인사했다.

그 곳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났다. 어르신들의 하얗게 샌 머리카락을 다듬고 자르면서 도담도담 말벗에도 충실하던 봉사자. 그녀는 평생드림재가복지센터의 김진숙 센터장이었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빗질과 가위질로 바쁘면서도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두런두런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인터뷰 요청을 했건만 번번이 퇴자를 맞았다. 그녀는 바빴다.

세 번의 기다림 끝에 해질 무렵이 다 돼서야 김진숙 센터장을 만날 수 있었다.

“부모들이 우리의 어린 시절을 꾸며 주셨으니 우리는 그들의 노년을 아름답게 꾸며 드려야 한다.” 사무실 한 편에 프린트돼 붙어 있는 문구가 이 단체의 지향점이자 존재 이유다.

매일 두 군데의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분주한 김 센터장은 “어르신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걱정하고 소외에 대해 안타까워 합니다. 그분들에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드리고 잃었던 웃음을 찾게 함으로써 정서적으로 안정을 시켜드리는 것. 그것이 바로 노인복지이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100세 시대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현재 평생드림봉사단은 12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상담, 댄스, 미술, 웃음, 문해(글공부), 미용 등 크게 6개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각자가 가진 달란트(재능)를 통해 어르신들께 봉사하는 재능기부인 셈이다. 여기서 김진숙 센터장은 함께 하는 모든 복지사들의 이름을 불러준다. 박영주, 고석주, 김명숙, 김재량, 김향난(A), 김향난(B), 안현주, 이은주, 정윤숙, 진미자, 함승례. 사회복지사이자 모두 요양보호사이기도 하며, 평생드림을 이끌어가는 열두 마차이다. 김진숙 센터장은 말 그대로 상담전문가이다. 지금의 노인복지 분야 이전에는 청소년상담과 가정폭력상담을 주로 해왔다. 특히 청소년상담은 현재에도 관내 몇몇 중학교에서 집단 상담을 하고 있기도 하며, 그녀가 지금껏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상담 활동’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아들 녀석의 중학교시절이 대단했습니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들을 통해 소통하는 어려움에 대해 절감했습니다.” 아들 덕(?)에 지금의 그녀가 있다는 역설이다.

요즘 그녀는 어르신들의 얘기를 풀어내서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말 보따리를 풀어 놓는 어르신들을 영상으로 옮겨 블로그에 올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녀는 “어르신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로서 우리의 윗세대와 아랫세대, 즉 3대가 같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로서의 가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 말한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고개를 들어 사무실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니 한 쪽에 쌓여 있는 쌀이 보인다. 지난 발대식 때 화환 대신 받은 것으로 곧 무료급식을 위해 안산시자원봉사센터로 보내 질 예정이라고 한다. 화려함보다는 진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봉사단의 참 모습이다.

만나고 보니 그녀는 단순히 어르신들의 머리손질만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마음을 보듬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함께 웃고 함께 울며 또 하나의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녀의 환한 웃음이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한줄기 빛이 되기를 함께 기도한다. 더불어 그녀와 그녀의 동지들이 함께 꿈꾸는 ‘3대가 건강한 가정’이 우리 주변에 넘쳐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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