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아이가 숙제를 해오지 않았는데 손바닥 두세대 때려도 될까요"

충북 충주의 모 학원강사 A씨는 전날 내준 과제물을 해오지 않은 한 중학생에게 체벌을 가하기 위해 학생의 부모에게 이런 전화를 한다.

체벌 전에 반드시 학부모의 '승낙'을 받으라는 학원의 방침 때문이다.

행여 사전에 승낙을 받지 못했어도, 사후에 반드시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 체벌 사실을 통보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사전에 통화를 하지 못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학교 등 공교육을 중심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는 학생 체벌에 대한 학원가의 자구책이다.

손바닥을 때릴 때에도 반드시 30cm 미만의 작은 매를 쓴다.

인근 제천지역 학원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학생들에 대한 체벌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학원장 B씨는 "강사들에게 학생들을 때려야 할 경우 원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체벌이 불가피할 경우 원장이 매를 든다"고 말했다.

강사보다는 원장의 체벌이 학생들에게 더 무게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B씨의 학원 역시 체벌을 했을 경우에는 꼭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매는 엉덩이나 손바닥에 댄다.

전화 등을 이용해 수시로 통보하지는 않지만 수강료 고지서를 보낼때 가정통신문 형태로 체벌사유 등을 알려준다.

그러나 체벌을 가하는 학원을 선호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학원가의 귀뜸이다.

제천의 모 학원은 공공연히 체벌을 가하지만 이 학원은 학부모들 사이에 큰 인기다. 정도를 넘어선 체벌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성적 향상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한명 때문에 같은 반 다른 학생들까지 체벌을 당하는 '스파르타식' 옛 교육방식이지만 공부에 게으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오히려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학원가의 분석이다.

학원장 C씨는 "공교육계에서 잇따르고 있는 체벌 논란이 학원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학원가의 체벌은 공교육의 그것에 비해 학부모들의 인식이 훨씬 관대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원은 오로지 성적향상을 위해 보내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체벌을 묵시적으로 허용하고는 있지만 최악의 상황때문에 강사들에게 매를 자제하거나 금지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학부모 D씨는 "공교육이 체벌에 대해 과민한 상황이어서 제대로된 생활지도를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면서 "체벌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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