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반같은 땅 모양은 일만송이 연꽃과 같고
물고기와 게는 너무 흔해 돈으로 논하지 않으니
살아서 거주하는 곳 안산이 가장 좋다고들 말하는데
벼까지 잘 여물어 크게 풍년이 들었음에랴

이 시는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대왕(正祖大王)이 안산에 와서 하룻밤 묵으며 지은 어제시(御製詩)이다.
서기1797년(정조21년) 8월 16일, 정조대왕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릉원 행행길에 안산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노량진에서 시흥을 거쳐 화성에 이르는 평소의 행차길을 버리고 양천을 거쳐 부평행궁에서 잠시 쉬고 날이 저문 무렵에 안산에 도달하여 안산관아에서 하룻밤을 머물었는데, 그 이튿날 화성행궁으로 떠나기 전 서울에서 안산까지 임금의 수레가 거쳐 온 10개 읍(邑)의 선비들에게 임금이 친림(親臨)하는 과거시험(科擧試驗)을 베풀었는데, 이 때 정조대왕이 직접 시제를 내려주었다.
안산의 향토사를 연구하고 기록하여 보존하는 것이 직업인 나는 정치가 뭔지도 모르고 선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거의 무관심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즈음에 안산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많은 정치인들 중에 안산의 부정적인 모습만 너무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어 문득 정조대왕이 안산에 와서 지은 어제시가 생각났다.
안산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왜 안산이냐고? 안산다 안산다 하면서도 사는 곳이어서 안산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 또는 ‘安’자를 두고 여자가 관을 쓰고 있어서 여자들이 드센 곳이어서 안산이라고 했다는 사람, 안산을 살기 어렵고 힘든 곳으로만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다. 역사적 안산을 더듬어 보고 안산의 문화적 유산을 살펴보고, 안산의 좋은 점들을 다시 한번 짚어 보면 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안산이 살기 나쁜 도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사람의 정치인이 나서서 안산의 근간을 뿌리째 바꿔놓으리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산의 부정적인 면은 이러 이러하니 이런 것들을 바로잡아 보겠다. 그러면서 한편은 안산의 긍정적인 면은 이러 이러하니 이런 것들을 자랑으로 삼아 안산을 더욱 발전시켜보겠다. 이런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이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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