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과 충분히 상의하고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는 말은 결국 몇 분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네티즌들이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이 롯데월드에 많이도 몰려들 것이니 안전에 주의하라"고 했다는데 물론 롯데월드는 무시했다. 엄청나게 선택 받아 들어갔어도 불안한 마음에 제대로 타지 못한 사람들이나 들어간 사람이나 내쳐진 사람이나 우울했다. 롯데월드가 신나게 한 사람들은 따로 있다. 예상 못한 것은 아니어서 놀라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 거보라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신났다.
롯데월드가 뭐라고 난리인가 할지 모르겠다.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에는 롯데월드나 가려는 이들에 대한 폄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놀이공원 말고 갈 곳이 어디 있어야 말이다. 롯데월드라는 배타적이고 소비적인 공간이라도 가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야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마저 징징거리기도 하면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약해져 물러 설 수밖에 없다. 별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태워주어야 하는 가장의 마음, 아니 엄마의 마음이란 척박하다.
그러한 마음들을 롯데월드는 항상 알고 있고 동심을 그런 쪽으로 부추겨 왔다. 이번에도 그러한 심리를 통해 또 다른 이익을 추구하려고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전사고로 얼룩진 롯데월드의 이미지를 결국 값싸게 모면하려 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보았다가 스스로 당한 롯데월드다. 이것이 돈 되는 문화 공간과 그것을 운영하는 이들의 본성이지만, 돈 가지고 장난을 치면 그렇게 된다. 공짜 무료 개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시민들에게 그만한 공간이 없다. 사람들이 가족들과 아니 사랑하는 사람들과 편하게 돈 걱정 없이 갈 공간이 없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발 디딜 틈이 없이 청계천에 간 것은 롯데월드와 닮았다. 여기에서 공간은 문화 공간을 뜻한다. 시민들에게 문화공간은 너무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롯데월드에 몰려든 것은 공짜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공간의 공공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단순히 공짜 좋아하는 문화 의식 없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사태가 아니다. 이런 차원에서 큰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접근성이 자유로운 것인가가 문화 세기의 관건임을 모르는 모양이다.
당장에 그럴듯하게 건물을 짓는데 더 치중하는 게 나을 것이다. 당장에 겉으로 드러나는 업적은 건물이 최고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막대한 돈으로 보육시설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독립 영화 상영관이나 연극 소극장을 몇 백개 운영할 수 있을 돈이다. 그러니 시나리오, 희곡작가, 스텝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유럽과 미국 권 같이 실제로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도록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2의 롯데월드를 그렇게 무심히 허용하는 지도 모른다. 문화 공간을 제대로 제공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아예 하지 말든가 할일이지 애매한 시민들만 다친다. 마음으로나 몸으로나 상처만 입는다. 그럼에도, 상처를 입고 사망사고가 나는 데도 공짜라고 악착같이 챙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민과 국민의 문화적 열망은 커져만 가는데 갈 곳은 무료개방 롯데월드 뿐 이었나보다. 롯데월드 앞마당의 곡소리는 문화의 울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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