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파문이 이해찬 前총리의 3.1절 골프와 닮은꼴로 가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특권적 처신과 공무원 윤리강령위반이 도마에 올랐고, 운동 파트너와의 부적절한 관계여부에 시선이 쏠리는 점 등에서 그렇다. 또, 의혹에 대한 해명도 마찬가지로 석연치 않아 의혹이 확대 재생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해찬 前총리는 3.1절이라는 부적절한 시점에 골프를 쳤지만, 이명박 시장은 주말을 이용했다는 것 정도다.
이해찬 前총리측은 공짜 골프와 내기골프를 부인하다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앞뒤 팀이 없는 황제골프까지 친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이명박 시장도 공짜는 물론 황제테니스를 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명박 시장측은 테니스 비용이 지불되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 시장의 사용분 600만원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또한, 전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운동도 황제 테니스가 아니라 같은 동호회 회원끼리 자발적인 것이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3년 가까이 공짜테니스를 치는 동안 사용료를 내지 않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전 대표선수들도 이 시장의 예약에 따라 수시로 대기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이 시장측 주장이 뒤집힐 여지가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파트너에 대한 반응도 똑같다.
이해찬 前총리에게 주가조작 사건 처벌무마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류원기 회장에 대해 이해찬 前총리측은 처음에 “알고는 지냈지만 각별한 사이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이해찬 前총리와 류원기 회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가까이 지냈고, 류원기 회장의 아들이 이해찬 前총리에게 적지 않은 후원금을 내는 등 각별한 사이였던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이명박 시장도 공짜테니스 주선자로, 서울 잠원동 등 실내테니스장 건립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선씨에 대해 “테니스는 같이 쳤지만 식사도 함께 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 회장의 초청을 받아 테니스장을 이용했고 테니스도 수차례 친 상대와 식사 한번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특히 문제의 실내 테니스장 건립 부지에는 학교용지 해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인데도 가건물이 지어져 있어 시의 조직적 비호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의 최고위공직자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여가선용에 의해 질책을 받고 있다. 여가선용으로 테니스와 골프라는 건전한 스포츠를 순수한 방식으로 이용한다면, 어느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항상 고위공직자의 여가선용이 도마 위에 오를 때는, 부정한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는 이해찬 前총리의 ‘3.1절 골프’는,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정도까지 닮아있다.
이해찬 前총리의 골프파문은 초반의 거듭된 거짓 해명으로 의혹과 비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국을 맞았다. 비록 초입단계이지만,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이명박 시장의 황제 테니스 의혹은 어디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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