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는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나라 야구대표팀이 6전 전승으로 강호인 미국과 일본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여 나를 비롯한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비록 결승에는 가지 못했지만 그간의 승리는 말 그대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대표팀의 승리와 더불어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과 ‘믿음’의 리더십이 화제가 되면서 우리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는 선수와 스태프에 대한 신뢰를 통해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내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한 점일 것이다. 단순히 선수들을 ‘관리’한 것이 아니라, 대표팀 선수간 상호신뢰와 희망을 고취시키고, 우승을 향해 과감하게 도전한 것이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이라고 평가한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선수관리’가 아니라 선수들의 잠재력을 맘껏 발휘케 한 ‘가능성의 예술’이었다.
야구대표팀의 승리와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조명은 우리 사회가 어떤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바로미터(barometer)가 아닐까 싶다. 특히 10년이 넘은 우리의 민선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30년 넘게 지속된 관선 지방행정에서 단체장은 최고권력자와 중앙정부의 의중에 맞는 행정만을 펼치면 되는 입장이었다. 기존의 시스템과 구조 속에서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고 지방을 관리하는 역할 이상으로 관선 단체장이 할 필요도 없었고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방분권과 주민참여의 확대라는 대명제를 실현하는 지방자치의 본격적 실시는 관선 때와 달리 단순한 관리의 차원을 넘어서는 창의적·민주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주민의 편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변화한 시대상황에 걸맞은 저비용·고효율의 간편·광역체제로 현행 행정체제를 개편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된 현 시점에서 지방자치와 민선 단체장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방자치의 리더십은 지역의 발전과 주민참여확대,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희망을 현실로 실천할 수 있는 상상력과 열정을 가진 리더십이다. 또한 이것은 타성과 현상유지가 아닌 혁신과 도전의 리더십일 것이다.
하지만 민선자치가 10년도 더 지났지만,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보듯이 아직 우리 단체장의 도덕성과 리더십은 지난 관선 단체장 시절의 ‘관리’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역의 새로운 일꾼을 뽑는 올해, 신뢰와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준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과 같이 지역주민에게 믿음을 주고 지역의 발전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지역 일꾼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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