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김형곤씨가 돌연 사망했다. 풍자 개그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던 고인의 죽음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이 크지만 그 떠나는 뒷모습은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고인이 생전에 시신 기증을 서약해 가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영결식 후 고인의 시신을 강남성모병원에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평소 비만으로 고생하던 고인은 자신과 같은 비만 체형을 연구해보라며 시신 기증 서약 당시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야 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카네기홀 공연을 앞두고 공연 준비와 연습에 매진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열정에서 나오는 부담감이 결국 돌연사라는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긴 했지만 매사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자기개발을 늦추지 않은 모습은 단연 본받아야 할 것이다.
아름답게 사는 것도 쉽지 않지만 욕심을 버리고 아낌없이 주고 가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부모가 주신 몸은 머리칼 하나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는 우리네 사고방식으로는 장기기증, 아니 헌혈마저도 망설이게 된다. 헌데 시신기증이다. 무엇 하나라도 움켜쥐고 가려는 듯 매사에 욕심을 챙기는 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고인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 전날 ‘온 국민이 웃다가 잠들게 하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웃는 것 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한 이유도 웃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돈을 벌려고 애쓰는 이유가 뭔가? 결국 웃고 살기 위해서가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돈 버는 데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웃지 못하고 산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라는 글을 남겼다고 해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누군들 편히 잠들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그것이 잠자리에까지 이어져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돌연사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일상에서의 스트레스가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풍자 개그를 일삼던 고인은 또한 “우리가 잠드는 시간이 대략 밤 10시부터 12시 사이일 텐데, 그때 TV에서 밝고 즐거운 방송을 해주면 좀 좋은가 말이다. 코미디나 시트콤 같은 재미있는 프로를 하면 그런 프로를 보다가 웃다가 잠이 들텐데….”라며 글을 맺었다. 다소 과격하고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그 어떤 말보다 현 정치풍토와 민심을 제대로 꼬집는 글이기도 하다.
서로 흠집 내지 못해 안날이 난 오늘날, 김형곤씨의 따끔한 풍자 개그 한 자락이 간절해진다. 비록 어린 아들을 홀로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난 사실이 여전히 안타깝지만, 그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뒷모습에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목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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