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월드컵이라고도 불리는 WBC(World Baseball Classic)에서 한국 대표팀은 일본에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고 아시아 선두로 2라운드에 진출해, 부동의 세계 야구 최강국인 미국마저 7-3으로 꺾는 파란을 불러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한국 대표팀에 대한 칭찬과 미국 대표팀에 대한 질타성 보도를 타진하고 있고, 한 외신보도는 미국에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을 “훌륭한 선수 진들이 자만심에 빠지지 않고 완벽한 단합을 보이며 일궈낸 쾌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분명, 한국 야구대표팀은 우리의 눈에도 ‘훌륭한 선수들’이 ‘완벽한 단합’을 보이며 미국에게 완승을 거뒀고, 2002년 월드컵에 이어 스포츠를 통해 우리국민들은 희망과 자신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번 5.31지방선거에도 스포츠의 감동을 보는 것은 유권자들의 희망사항으로만 남을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각 당의 후보자 접수를 마치고 공천과 경선을 기다리는 예비후보자들이 본격적으로 선거전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같은 지역구 내 상대 예비후보자를 견제하고, 유권자들에게 물밑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설정한 듯 보이는 기초단체장 후보자 지지도 설문조사 전화가 종종 시민들에게 걸려오기도 한다.
WBC에서 한국에 패한 미국과 일본이 국제적 망신은 물론이고, 조국에게마저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은, 그들이 경기 전 한국 대표팀을 무시하며 온갖 망언을 퍼붓고도 현저한 실력차를 보이며 깨끗하게 완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는 분명 미국과 일본 국민들까지 부끄럽게 만들고 있음을 확신한다.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해서 ‘깨끗한 승리’를 일궈내, 우리국민은 물론 상대팀 국민들에게까지 갈채를 받고 있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모습과, 온갖 비방을 일삼다 패해 비난과 망신을 한 몸에 사고 있는 미국과 일본 야구대표팀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 역시 생각해 볼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거의 “페어플레이”는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선거에 앞서 공천과 경선을 통과해야 본격적인 선거준비를 할 수 있기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예비후보자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능력 있고 참신한 후보자라면 유권자들 앞에서 자신의 장점과 이력만 강조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상대 후보자에 대한 비방을 남발하는 후보자라면 분명 자신의 장점과 이력을 열거할 것이 더 이상 없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유권자 역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신의 장점만 열거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풍부한 능력을 갖춘 후보자를 선택해 지도자로 내세운다면, 다음 4년간은 시끄러운 소리 없이 평안한 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보여주고 있는 ‘실력에 의한 승리’를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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