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카운터에서 모닝콜을 했다. 오늘은 구룡폭포 등산과 평양예술단 공연이 있는 날. 호텔식당에 내려가니 어느새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밥을 먹고 또 누릉지까지 먹었다. 상쾌한 아침이다. 금강산 자락이 병풍처럼 에워싸인 잔잔한 고성 앞 바다는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배낭에 아이젠을 넣고 등산길에 올랐다.
구룡연으로 가는 길목에는 절을 짓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다닌다. 안내원의 말이 저 절은 신계사로 금강산 사대명찰 중 하나였는데 육이오 때 전소되어 지금 조계사의 지원으로 새로 짓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파견된 스님 두 분이 상주하며 절을 짓고 있었다. 북한 땅에 우리나라 스님이 파견되어 승복을 입고 절을 짓는 모습이 생소하다.
구룡연 오르는 길목에는 사복을 입은 북한 사람들이 서 있고, 안내하는 아가씨들이 곳곳에서 설명을 해주었다. 조 선생과 나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산길을 오르는데 같은 방을 쓰는 정 선생의 모습은 눈에 띄질 않는다. 아마도 산에 오르지 않고 어느 길목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구룡폭포가 나오고 기암괴석이 우리를 반긴다. 구룡폭포와 비봉, 무봉이 한데 어우러진 절경이다. 폭포가 얼어붙어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금강산을 내 발로 밟고 걷는다는 감격으로 힘든 줄 몰랐다.
구룡연을 바라보고 상팔담으로 향했다. 여덟 개의 연못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상팔담 가는 길은 철제 계단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칠십도 경사는 되어 보이는데 어찌나 가파른지 눈이 휘휘 돌아간다. 한 발을 잘못 내디디면 수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겨우 겨우 한참을 오르니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이 눈앞에 바라보이는 상팔담이다. 금강산 계곡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아! 그리운 금강산’ 천하 제일경 금강산은 상팔담 최고봉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자태를 드러내 보였다. 여기저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금강산은 그 모습이 절경이다. 금강산에도 봄은 오고 있었다. 계곡으로 맑은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나는 내려오는 길에 계곡으로 내려가 물병에 물을 담아 마셨다. 동행한 조 선생은 얼음 한 조각을 깨서 과자처럼 먹는다.
산을 내려오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술을 좋아하는 정 선생은 산에 오르지 않고 여러 명의 여선생들 틈에 앉아 질펀한 술자리를 벌이고 있다. 괜히 좋은 분위기 깰까봐 아는 체 하질 않고 산을 내려왔다.
산 아래에 이르니 시장기가 돌고 아무래도 냉면을 먹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북한에서 운영하는 옥류관으로 갔다. 나누어준 식권을 들고 가면 아무 곳이나 원하는 음식점을 선택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옥류관 뿐만 아니라 남북적십자 회담장소로 이용하는 금강산 호텔도 인접해 있어서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다. 옥류관 냉면은 만이천원을 받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평소 냉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어찌나 육수가 맛이 있고 면이 쫄깃쫄깃 하던지 한참동안 입안에서 냉면의 감촉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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